Header
2025년 5월 이 달의 책과 커피,
UNFORGETTABLE TASTE
잊지 못할 커피 경험


봄꽃들이 다투어 피더니 엊그제 바라본 남산은 어느새 초록 빛으로 갈아 입었더군요. 그 모습이 자못 황홀했는데 언젠가 제주로 이주한 제 후배가 SNS에 남긴 글이 떠올랐습니다. “서울에서는 봄이 가고 여름이 갔는데 제주에서는 봄이 오고 여름이 온다.”
바삐 살다 보니 “아, 봄이 가네, 어머, 벌써 여름이 가버리네” 하며 아쉬워 했는데 제주로 가 느릿한 시간을 보내니 봄이 오는 앞모습을 보며 느끼게 되더란 거죠. 저도 오늘 어느새 초록 빛 남산을 보면서 봄이 가는 것도 모르고 뭘 하며 사는 거지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철철이 자연이 선사하는 다채로운 선물을 한껏 누리며 살아야겠다 싶습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매달 네스프레소 고객 여러분께 이달의 커피와 책을 추천하는 최인아책방 대표, 최인아입니다. 책과 커피의 페어링인데요, 이달에도 정성껏 고른 이달의 커피와 책을 소개하겠습니다. 5월의 커피는 오리지널 인도네시아 커피입니다.
네스프레소 5월 커피 레터의 테마는 ‘나들이’입니다. 오리지널 인도네시아는 그 테마에 가장 어울리는 커피로, 깊은 숲의 싱그러움을 담은 커피인데요. 부드러운 질감과 풍성한 바디감에 진한 우디향과 타바코 잎의 향이 스며들어 마치 싱그러운 열대 우림에 초대받은 느낌을 선사합니다. 요즘처럼 신록이 눈부신 5월에 참 잘 어울리는 커피죠?!
이 커피를 드실 때는 어떤 책이 좋을까요? 저는 자신 있게 이 책을 추천합니다. 마스다 미리의 『주말엔 숲으로』.
오리지널 인도네시아
마스다 미리의 『주말엔 숲으로』


저는 만화 책을 별로 좋아하는 사람이 아닌데 10여 년 전 후배가 사준 이 책은 그 자리에서 다 읽고 마스다 미리의 팬이 되었습니다. 너무 심각하지도, 가볍지도 않은 얘기를 심플한 그림 속에 꼭꼭 눌러 담은 세련된 만화였어요. 특히 일하는 여성들이라면 누구라도 할 법한 고민을 너무 직접적이지 않게 다루어서 폭넓은 공감을 얻었죠. 그래서일까요? 만화가일 뿐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 에세이스트로 활약 중인 마스다 미리는 일본 여성들의 정신적 지주라고 합니다.
『주말엔 숲으로』는 삼십 대 중반의 세 여성 친구가 주인공입니다. 프리랜서로 번역 일을 하는 하야카와, 출판사에서 경리 일을 하는 마유미, 여행사에서 일하는 세스코가 그들인데요, 세 사람은 모두 30대 싱글이며 절친입니다. 어느 날 하야카와는 문득 결심을 하고 도쿄를 떠나 시골로, 숲 가까이로 이사해요. 친구가 시골로 떠나자 도쿄에 남은 마유미와 세스코는 주말마다 번갈아, 혹은 같이 하야카와를 찾죠. 밤을 같이 보내며 맛있는 것도 먹고 숲으로 가 숲 속을 거닐며 놀죠. 그러는 사이 봄, 여름, 가을, 겨울… 계절이 바뀌고 그들은 숲 속에서 각각의 계절이 안기는 다른 광경을 만나고 느끼고 경험합니다.


세 친구의 대화 속에 슬쩍슬쩍 삼십 대 여성들의 고민과 마음, 또 각기 다른 인생관, 관점이 드러나는데 세 친구들은 함께 나눈 이야기와 친구의 생각을 곱씹으며 한 발자국씩 자기 앞의 길을 찾아 나갑니다.
인상적인 장면이 많지만 몇 대목만 골라보면 이렇습니다. 마유미가 처음 하야카와를 찾아와 함께 저녁을 먹고 다음 날 같이 숲을 산책하는 장면입니다. 마유미가 도쿄엔 벌써 벚꽃이 한창인데 숲엔 아직 봄이 덜 온 것 같다며 나무들을 가리켜 그냥 마른 나무라고 말해 버립니다. 그러자 ‘숲의 선배’인 하야카와가 이렇게 말해요.
"나무의 싹이 돋는 계절이야. 가지 끝에 작은 연두 색 싹이 나와 있어. 잘 보이진 않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는 거야."라고.
그러다 잔설 속에 피어있는 물파초를 발견합니다. 누가 보지 않아도 물파초는 알아서 피었던 거죠. 그래도 마유미는 도시 여자답게 어차피 필 거라면 누군가 봐주었으면 좋겠다고 해요. 대부분의 우리처럼 마유미도 그렇게 생각한 겁니다.
그런데 말이죠. 며칠 후 잔뜩 지쳐서 퇴근하던 마유미는 길에 떨어진 휴지를 보고는 아무도 봐주는 이 없지만 휴지를 주워요. 친구와 숲에서 나눈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숲과 친구, 도시는 마스다 미리의 만화 속에서 이렇게 연결되고 있습니다.


저는 10여 년 전 북유럽을 여행한 적이 있습니다. 스톡홀름 시민들은 평일 오후였는데도 강에서 카약을 타더군요. 그 모습이 어찌나 부럽던지요. 그런데 하야카와가 사는 숲 근처에도 호수가 있고 그녀도 종종 카약을 탑니다. 이번엔 세스코가 놀러와 하야카와와 둘이 호수에서 카약을 타요. 그러다 문득 하늘을 올려다 보던 하야카와가 이런 말을 합니다. 우주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건 이 숲 속에서도 인간 뿐이라고. 상상력이 없다면 인간다움이 없는 거라고.
얼마 후 세스코는 도쿄의 직장 근처에서 한 남자에게 무례한 일을 겪습니다. 그 남자를 욕하던 세스코는 화난 마음을 풀어보려 복권을 사요. 그때, 하야카와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우주에 대한 상상을 할 수 있는 건 인간 뿐이라던. 세스코는 마음을 고쳐 먹습니다. 인간에게만 주어진 상상력을 이런 일에 사용하는 건 아깝다, 귀한 상상력을 하찮게 (화내는 데) 써버리지 말자며 기분을 바꿔 근처 식당으로 맛있는 점심을 먹으러 발걸음을 옮기죠. 세스코가 귀엽고 또 현명하다고 생각하며 슬며시 웃었습니다.


신년을 맞아 모처럼 세 친구가 다 모인 장면도 있습니다. 인간관계가 힘들다며 주변인들 뒷담화를 실컷 하며 스트레스를 푼 세 친구는 다음 날 아침 눈 쌓인 숲으로 갑니다. 하야카와가 미리 준비해놓은 스노 슈즈를 신고 마치 크로스 컨츄리를 하듯 눈 쌓인 숲 속을 걸어요. 준비해온 음식으로 숲 속에서 점심도 먹고 디저트도 먹은 그들은 연신 까르르 까르르 재미나게 웃고 떠들더니 셋이 눈 위로 벌러덩 누워 버립니다. 눈 위에 누워 곧장 올려다 본 그들의 눈엔 높고도 파란 하늘이 가득 들어 오죠.
그 때 하야카와가 말해요. 자신들은 지금 하늘을 날고 있다고. 이 숲엔 눈이 1미터나 쌓여 있으니 자신들은 땅에서 1미터 높이에 떠 있는 거라고. 땅보다 높은 곳을 날고 있는 것이니 새들만큼은 아니어도 자유로운 게 아니겠냐고. 집에 가려고 일어나자 방금 전 그들이 누워 있는 자리에 자신들의 형상이 선명하게 남아 있는 게 눈에 들어 오고 세 친구는 자기들 세 사람의 생명의 형상을 보며 약간 뭉클해 합니다.
이것 말고도 통찰이 빛나거나 심쿵한 장면이 꽤 많은데 한 장면만 더 꼽으라면 저는 이 대목을 픽 하겠습니다. 하야카와와 마유미가 숲을 산책하며 이야기를 나눕니다. 서른 중반이지만 아직 자신들은 아이를 낳은 적이 없다는 얘기… 뒤이어 하야카와는 마유미 나무에 열매가 열렸음을 알려주며 (참고로. 참빗살나무의 일본어 발음이 마유미로 친구 이름과 같아요.) 마유미에게 이렇게 말해요.
이곳을 지날 때마다 늘 마유미, 너를 떠올렸다고.
마유미가 이렇게 화답합니다.
아이가 없어도 친구는 필요하다고.
이 장면이 얼마나 찡하던지요…


<주말엔 숲으로>는 숲 가까이로 거처를 옮긴 친구를 찾아 세 친구가 함께 숲에서 시간을 보내며 친구를 통해, 또 숲을 통해 상처받고 지친 마음을 치유하고 다시 살아갈 에너지와 인사이트를 얻는 내용인데요, 그림도, 구성도 심플하지만 곱씹어 볼만한 생각과 이야기가 마치 숲 속의 열매들처럼 만화 곳곳에 들어 있어 보는 맛이 풍성한 만화 에세이입니다.
인공 조미료는 전혀 쓰지 않고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든, 그러면서 맛도 있는 담백한 음식 같달까요? 자극적인 그림이나 대사가 전혀 없는데도 금방 잊히지 않고 두고 두고 생각납니다.
자, 숲이 아름다운 계절입니다. 여러분도 친구와 함께 가족과 함께 숲으로 나들이를 해보시면 어떨까요? 숲의 계절, 5월엔 네스프레소 오리지널 인도네시아를 즐기시는 것, 잊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는 다음 달에도 좋은 커피와 책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네스프레소 5월의 커피
오리지널 인도네시아


입안에서 펼쳐지는 열대 우림을 맛본 적이 있으실까요? 수마트라의 고온 다습한 기후는 커피 재배엔 이상적이지만 건조 가공엔 적합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네스프레소는 인도네시아 기후에 맞춘 습식 탈곡 가공법으로 이 커피를 탄생시켰습니다. 바로 오리지널 인도네시아!
세척 후 수분을 머금고 있는 상태에서 커피 생두를 탈곡하고 햇볕에 빠르게 건조해 탄생한 이 커피는 벨벳처럼 부드러운 질감에 진한 우디향, 타바코 잎의 향이 스며들어 열대 우림의 싱그러운 아로마를 선사합니다. 숲의 싱그러움이 한창인 5월, 가장 잘 어울리는 커피가 바로 네스프레소 오리지널 인도네시아입니다!

